허겁지겁 식사해서 제대로 소화가 안되었나보네요
목구멍까지 가득 찬 무거운 압박감과 함께 위장이 쥐어짜는 듯한 수축이 반복적으로 느껴졌어요 단순히 체했다는 기분을 넘어 온몸의 혈색이 사라지는 것 같았고 심한 구역질이 계속되어 침조차 삼키기 힘든 지경이었답니다 뱃속이 냉해지면서 발끝부터 전해오는 오한 때문에 몸이 덜덜 떨렸고 고개를 까딱이는 것조차 힘들 만큼 심한 현기증이 몰려와 한참 동안 눈을 뜰 수 없었답니다
불닭이랑 맥주 때문이었을까요 혀끝이 얼얼할 정도의 강력한 캡사이신 성분이 위벽을 사정없이 자극했는데 여기에 영하에 가까운 차가운 술을 연거푸 마셔버렸거든요 뜨겁고 매운 열기와 얼음처럼 차가운 냉기가 위장 속에서 뒤섞이며 장기가 감당할 수 있는 한계치를 완전히 넘어서 버린 셈이었죠
집에 도착하자마자 밀린 가사 노동을 해결하며 서 있는 채로 허겁지겁 식사를 마친 상황이었어요 식탁에 제대로 앉지도 않고 싱크대 옆에서 급하게 끼니를 때운 뒤 바로 허리를 굽혀 청소기를 돌리고 빨래를 널었답니다 몸은 쉴 새 없이 움직이는데 신경계는 소화에 집중할 겨를이 없으니 위장이 완전히 멈춰버린 것이죠 고요한 밤에 혼자 겪는 통증이라 평소보다 더 무섭고 외롭게 느껴지기까지 했어요
우선 모든 움직임을 멈추고 거실 바닥에 대자로 누워 굽어있던 상체를 최대한 펴주었어요 호흡을 아주 길게 내뱉으며 복부 근육의 긴장을 풀었고 집에 있던 상비약 중 위장 운동 조절제를 찾아 복용했답니다 그렇게 한 시간을 사투를 벌인 끝에야 겨우 진정이 되었고 이후 이틀 동안은 자극이 전혀 없는 부드러운 미음만 먹으며 놀란 속을 겨우 달래주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