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박찌개 자체가 달고 맛있으니 속도 편하겠네요
어제 스트레스를 푼답시고 호기롭게 매운 음식을 잔뜩 먹었더니, 역시나 오늘 아침부터 속이 말이 아니었습니다. 쓰리고 아픈 배를 부여잡고 어떤 걸 먹어야 진정이 될까 고민하다가, 냉장고 속 애호박을 꺼내 직접 '호박찌개'를 끓였습니다.
한 숟가락 떠먹어보니 빨간 국물이지만 어제의 그 자극적인 매운맛과는 차원이 달랐습니다. 고추장은 최소화하고 새우젓으로 간을 해서 국물이 텁텁하지 않고 아주 시원하더군요. 무엇보다 큼직하게 썰어 넣은 애호박에서 배어 나온 채수 덕분에, 인위적인 설탕 맛이 아닌 은은하고 깊은 '달큰함'이 입안을 감돌았습니다. 푹 익은 호박은 씹을 필요도 없이 혀끝에서 부드럽게 뭉개지는데, 밥에 쓱쓱 비벼 먹으니 그야말로 꿀맛이었습니다.
확실히 '채소의 힘'은 대단했습니다. 식사 전까지만 해도 속이 콕콕 찌르듯 불편하고 더부룩했는데, 따뜻하고 부드러운 호박찌개가 들어가니 놀란 속이 차분하게 가라앉는 게 실시간으로 느껴지더라고요. 고기나 기름진 재료 없이 채소 위주로 끓여내서 소화 속도도 굉장히 빨랐고, 식사 후에도 배에 가스가 차거나 무거운 느낌 없이 속이 아주 편안했습니다. 마치 어제의 '불'을 오늘의 '물'로 끈 느낌이랄까요?
애호박은 비타민이 풍부하고 위 점막을 보호해 주는 효능이 탁월해 '천연 소화제'라고도 불린다고 합니다. 저처럼 맵고 짜고 자극적인 음식으로 위장을 혹사시킨 다음 날에는 최고의 메뉴가 아닐까 싶네요. 만들기도 쉽고 재료비도 저렴한데, 맛과 영양 그리고 위장 건강까지 챙길 수 있으니까요. 속이 쓰리지만 밥은 제대로 챙겨 먹고 싶을 때, 부드러운 호박찌개 한 그릇 꼭 드셔보시길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