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썼군.
끓여야지. 내 손 안 움직이면 못 먹는다. 사사 먹을 수도 있지만 뭐 사서 먹나? 집에 단호박이 둥글둥글 데구르르 굴러 다닌다. 얼른 해 먹어야 농사 지으신 분이 기뻐하시지.
어제 토요일, 저 멀리 차로 세 시간 뽀로뽀로 달려 오빠가 재미로 일구는 밭으로 갔다. 처음으로 가 봤다.
고구마도 캐고 히카마도 캐고 땅콩도 캐고 단호박을 이미 거두어들여 놓았네.
집으로 돌아올 때 마구마구 오빠가 담고 챙겨준 것들을 즐겁게 싣고 왔다.
어젯밤엔 피곤하여 삶아 놓은 호박고구마 먹고 잤다.
오늘 일요일, 차에 있는 오만 거 다 집으로 가져왔다. 단호박죽을 끓이기 위해 여러 개 꺼내 씻어서 잘라 속을 파내고 냄비에 넣고 물 넣어 삶았다. 푹 익은 것을 국자로 누르고 국자 끄트머리로 콕콕콕 콕콕콕 찍어서 잘게 잘게 만들고 찹쌀가루 컵에 물부어 풀어 냄비에 붓고 소금 넣고 약한 불로 끓였다. 앗, 호박죽이 튀어 손에 닿아 소리지르며 닦았다. 더 불을 줄여 좀 더 끓이다 불을 껐다. 나중에 보니 호박죽이 주변에 많이도 튀었네.
뜨거운 걸 잘 못먹어 식혀서 갓김치랑 먹었다. 오늘은 팥이나 녹두를 안넣었다. 그거 미리 삶아 놓아야하는데 없어도 괜찮다. 단호박이라 설탕은 아예 안넣으니 좋다.
아, 내 입에 들어가는 거 내 손으로 이렇게 여유로운 일요일에 뚝딱 만들어 먹으니 맛 좋고 기분 좋고 속도 좋구나!
일단 속이 편하니 아주 좋구나!
내가 요리 솜씨가 없는 듯 하지만 내가 은근히 재능쟁이라니까.
무도 여러 개 받아왔는데 내일은 무채를 만들어 밥 비벼 먹어 볼까나. 저 땅콩도 까서 조림만들어야 하고, 히카마 저거 껍질 벗겨 잘라 내일 직장에 들고 가야 겠다. 가지고 온 고구마는 여러 날 말리면서 숙성시켜야해서 비어 있는 방에 신문지 깔고 널어놓았다. 따온 고구마줄기는 껍질을 벗겨 된장찌개 끓여 먹어야겠고.... 아이구 야금 야금 꾸준히 잘 챙겨 먹어야겠다. 오빠, 고마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