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거지국에 밥을 먹으면 속이 풀리는 것 같습니다.
며칠 전부터 몸살감기가 심하게 와서 온몸이 욱신거리고, 코막힘에 기운이 하나도 없었어요. 평소 같으면 밥 냄새만 맡아도 배가 고픈데, 그날은 아무것도 먹고 싶지 않더라고요. 그래도 뭔가 따뜻한 걸 먹어야 몸이 조금이라도 풀릴 것 같아서 냉장고를 뒤지다 우거지를 발견했어요. 마침 된장도 있고, 마늘도 있으니 간단하게 우거지국을 끓여보기로 했습니다.
처음 한입 뜨자마자 ‘이거다’ 싶었어요. 뜨끈한 국물에서 된장의 구수한 향이 올라오고, 우거지는 부드럽게 익어서 목을 편하게 타고 내려가더라고요. 몸살로 기운이 없는데도 이상하게 한 숟갈, 두 숟갈 계속 들어갔어요. 고춧가루를 살짝 넣어서 칼칼함을 더하니 코가 막혀 있던 것도 조금 뚫리는 느낌이었고요.
감기로 목이 아파서 자극적인 음식은 피하고 있었는데, 우거지국은 부드럽고 자극이 적어서 속이 전혀 부담스럽지 않았어요. 오히려 텁텁했던 속이 따뜻한 국물에 풀리는 기분이었죠. 장도 예민해서 기름진 걸 먹으면 바로 반응이 오는데, 우거지국은 그런 게 전혀 없었어요. 식이섬유가 많아서 그런지 다음날 아침에도 장이 편안하고, 오랜만에 가볍게 쾌변까지 하니 속이 정말 개운했습니다.
몸이 약해질 때는 기름지거나 자극적인 음식보다 이런 집밥 스타일의 국이 최고인 것 같아요. 재료도 단순하고, 조리법도 복잡하지 않으니까 아플 때도 부담 없이 끓일 수 있거든요. 무엇보다 소화가 잘되고 장에도 편해서, 회복기 식단으로 정말 추천하고 싶어요.
개인적으로는 우거지국에 멸치육수를 베이스로 쓰면 감칠맛이 나면서도 속이 훨씬 편해요. 만약 소고기를 조금 넣으면 단백질 보충도 되니까 몸살로 기운이 없을 때 금상첨화죠.
결국 우거지국 한 그릇 덕분에 이틀 동안 거의 못 먹었던 밥을 조금씩 먹을 수 있게 되었어요. 따뜻한 국물이 몸을 데워주면서 기운도 돌아오는 느낌이었달까요. 아마 그날 이후로 저는 ‘몸살엔 우거지국’이라는 나만의 법칙이 생겼어요.
몸이 약하거나 위장이 예민한 분들, 감기로 입맛 잃었을 때 꼭 한 번 끓여보세요. 우거지국은 단순한 해장국이나 반찬용 국이 아니라, 몸과 속을 동시에 살려주는 진짜 회복식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