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두달 전 장염에 걸려 속이 뒤집히고 배가 계속 아팠습니다. 평소 같으면 죽집에서 사 온 닭죽이나 전복죽을 먹었을 텐데, 이번에는 기름기 없는 야채흰죽을 직접 끓여 먹기로 했어요. 재료는 간단했습니다. 잘게 다진 당근과 양파, 그리고 쌀과 물, 소금 아주 약간만 넣었죠. 당근은 부드럽게 익으면서 은은한 단맛을 내주고, 양파는 알싸한 향 대신 달큰한 맛으로 국물을 감싸주었어요. 기름이 전혀 들어가지 않아 첫 숟갈부터 속이 편안해지는 느낌이었고, 부드럽게 넘어가면서도 채소의 향이 은근하게 퍼져 입안이 지루하지 않았습니다.
먹으면서 가장 놀랐던 건, 장이 전혀 거부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는 점이에요. 장염 때는 조금만 자극적인 걸 먹어도 배가 사르르 아프거나 바로 화장실로 달려가게 되는데, 이 야채흰죽은 그런 반응이 전혀 없었어요. 오히려 속이 따뜻해지고, 불편했던 장이 서서히 진정되는 느낌이었습니다. 죽 속의 당근과 양파가 충분히 익어 섬유질이 부드럽게 변하면서 소화에 부담을 주지 않은 것 같아요.
추천하는 이유는 단순합니다. 첫째, 재료 구하기 쉽고 조리 과정이 간단해서 장염 같은 급한 상황에서도 바로 만들 수 있습니다. 둘째, 기름기 없이 담백하면서도 채소의 단맛 덕분에 질리지 않고 먹을 수 있어요. 셋째, 장에 자극이 거의 없어 회복 속도를 돕는 식단이라는 점입니다. 특히 장염으로 아무것도 먹기 힘든 분들에게 ‘입맛 회복용’으로도 좋을 것 같아요.
저처럼 장염으로 고생하는 분이라면, 당근·양파를 넣은 야채흰죽 꼭 한 번 드셔보시길 추천합니다. 속이 편안해지고 회복이 한결 빨라질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