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 저는 역류성 식도염이라는 불청객과 매일 밤 씨름해야 했습니다. 처음엔 단순한 소화 불량이라 생각하고 대수롭지 않게 넘겼죠.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증상은 심해졌고, 제 삶은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그날도 야근을 마치고 늦은 밤 집에 돌아왔습니다. 배는 고프고 몸은 지쳐서, 배달 앱을 켰습니다. 평소 좋아하던 매콤한 닭볶음탕과 시원한 맥주를 시켰죠. 따끈한 밥 위에 닭볶음탕을 얹어 허겁지겁 먹고, 차가운 맥주를 들이켰습니다. 역시 하루의 피로가 싹 가시는 기분이었죠. 하지만 그날 밤, 평화는 산산조각났습니다.
잠자리에 누운 지 얼마 되지 않아 목구멍이 타는 듯한 통증이 느껴졌습니다. 뜨겁고 시큼한 위액이 역류하는 느낌에 저절로 몸이 움츠러들었습니다. 마치 불덩이가 식도를 타고 올라오는 듯한 고통이었죠. 처음 겪는 일이라 너무 당황스러웠습니다. 급하게 물을 마셔봐도 소용이 없었고, 결국 뜬눈으로 밤을 새웠습니다.
다음 날 아침, 목은 잔뜩 쉬어 있었고 목소리도 나오지 않았습니다. 병원에 갔더니 의사 선생님은 역류성 식도염이라고 진단하셨습니다. 스트레스와 불규칙한 식습관, 야식 때문이라고 하셨죠. 약을 처방받고 식습관을 개선하라는 조언을 들었습니다. 그때부터 저의 역류성 식도염과의 기나긴 싸움이 시작되었습니다.
약과 함께 식단 조절을 시작했습니다. 맵고 짠 음식, 기름진 음식은 물론이고 커피와 탄산음료까지 모두 끊어야 했습니다. 퇴근 후 친구들과 만나 시원한 맥주 한잔 기울이던 소소한 행복은 사라졌죠. 회식 자리에서도 저 혼자 물만 마셔야 했고, 동료들은 저를 안쓰럽게 쳐다봤습니다.
가장 힘들었던 건 밤이었습니다. 아무리 조심해도 밤만 되면 증상이 나타났습니다. 밥을 먹고 최소 3시간은 눕지 않아야 한다는 의사 선생님의 조언에, 저는 밤늦게까지 앉아 있어야 했습니다. 잠이 쏟아져도 억지로 버티며 소파에 앉아 있었죠. 그러다 깜빡 잠이 들면, 역류하는 위액 때문에 다시 잠에서 깨는 일이 반복되었습니다.
한 번은 정말 당황스러운 일이 있었습니다. 중요한 발표를 앞두고 잠을 설친 탓에 몸 상태가 엉망이었습니다. 발표를 시작하려는 순간, 갑자기 목에서 신물이 넘어왔습니다. 깜짝 놀라 말을 멈추고 입을 막았습니다. 다행히 소리는 내지 않았지만, 제 얼굴은 새빨개졌고 온몸에 식은땀이 흘렀습니다. 청중들은 무슨 일인지 몰라 어리둥절한 표정이었고, 저는 겨우 "잠시만요"라고 말하고 물을 마셔야 했습니다. 그 순간의 민망함과 당혹감은 이루 말할 수 없었죠.
역류성 식도염은 단순히 속이 불편한 것을 넘어, 제 일상 전체를 흔들어 놓았습니다. 좋아하는 음식을 마음껏 먹지 못하고, 숙면을 취하지 못해 항상 피곤에 시달렸죠. 사회생활에서도 자신감이 떨어졌습니다.
하지만 이 경험을 통해 저는 건강의 소중함을 깨달았습니다. 꾸준한 식단 관리와 운동을 병행하며 증상은 점차 호전되었고, 지금은 예전처럼 심한 통증은 느끼지 않습니다. 물론 여전히 조심해야 하지만요.
역류성 식도염은 우리 몸이 보내는 경고 신호와 같습니다. 바쁘고 힘든 일상 속에서 잠시 멈춰 서서 내 몸을 돌아보라는 메시지인 셈이죠. 지금 이 순간에도 밤늦게 야식을 먹거나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면, 잠시 멈춰 서서 자신의 몸을 한번 돌아보는 건 어떨까요? 건강한 습관을 통해 역류성 식도염이라는 불청객으로부터 우리 몸을 지켜낼 수 있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