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굴 먹고 탈 나시는 분들 정말 많더라구요 전 굴을 아예 못 먹어요
- 증상
어제 저녁의 즐거웠던 식사가 무색하게도, 새벽녘부터 위장 깊은 곳에서 정체 모를 불길한 신호가 들려오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그저 가벼운 더부룩함인 줄 알았으나, 시간이 갈수록 명치 부근에 날카로운 얼음 조각이 박힌 듯 시리고 저릿한 통증이 자리를 잡았습니다. 뱃속에서는 무거운 파도가 일렁이는 것처럼 울렁거림이 멈추지 않고, 입안에는 자꾸만 쓴 침이 고여 정신을 차리기조차 힘든 지경입니다.
가장 당혹스러운 것은 전신을 휘감는 무력감과 함께 찾아온 오한입니다. 뱃속은 마치 뜨거운 불길이 휩쓸고 지나가는 듯 타오르는데, 정작 겉으로 드러나는 피부는 소름이 돋을 정도로 차갑게 식어 식은땀이 비 오듯 흐릅니다. 화장실을 수시로 들락거리며 속을 게워내 봐도, 비워지지 않는 갈증과 뒤틀리는 듯한 복부의 경련은 좀처럼 잦아들 기미가 보이지 않습니다. 그야말로 전신의 에너지가 위장이라는 좁은 감옥 속에 갇혀 비명을 지르고 있는 듯한 고역스러운 상태입니다.
2. 직전 먹은 음식
겨울의 별미라는 말에 현혹되어 조심성 없이 집어 들었던 생굴 몇 점이 결국 이 사달을 낸 모양입니다. 바다의 향긋함을 머금은 채 매끄럽게 목을 타고 넘어가던 그 순간만 해도, 이것이 독이 되어 돌아올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평소에도 해산물의 신선도에 예민한 편이라 나름대로 신경을 쓴다고 썼지만, 오늘따라 유독 위벽이 그 비릿한 단백질의 잔상을 견뎌내지 못하고 거세게 밀어내는 기분이 듭니다.
탱글탱글했던 굴의 질감이 이제는 위장 안에서 부패한 돌덩이처럼 변해버린 것만 같아, 그 냄새를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형언할 수 없는 구역질이 치밀어 오릅니다. 영양 가득한 보양식으로 몸을 보하려 했던 선택이 도리어 제 몸의 근간을 흔드는 독소가 되어버렸다는 사실에, 무분별했던 제 식탐을 자책하며 깊은 후회만 거듭하고 있습니다.
3. 상황/장소
현재는 모든 불을 끄고 차가운 바닥에 몸을 웅크린 채 간신히 숨을 몰아쉬고 있습니다. 평소라면 포근하게 느껴졌을 침대 시트조차 지금은 몸의 열기를 가두는 짐처럼 느껴져, 자꾸만 서늘한 곳을 찾아 몸을 뒤척이게 됩니다. 방 안의 고요함 속에서 요동치는 장기의 소리가 너무나 크게 들려와 소름이 돋고,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이 통증이 언제쯤 끝이 날지 가늠할 수 없어 막막함만 더해갑니다.
창밖으로 보이는 평온한 밤 풍경은 저의 처절한 사투와는 너무나 대조적이어서, 이 고통을 온전히 혼자 감당해야 한다는 사실이 더욱 서럽고 외롭게 다가옵니다. 당장이라도 응급실로 달려가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지만, 한 걸음을 떼는 것조차 버거운 육체의 한계 앞에서 그저 이 긴 밤이 무사히 지나가기만을 간절히 기도하고 있습니다. 내일 아침의 태양을 마주할 때는 부디 이 지옥 같은 울렁거림에서 벗어나 평온한 일상을 되찾을 수 있기를 바랄 뿐입니다.
4. 나의 대처
속수무책으로 무너져 내리는 몸을 가누며, 우선은 위장의 요동을 잠재우기 위해 한 모금의 물조차 조심스럽게 멀리하고 있습니다. 혹여나 차가운 기운이 위벽을 더 자극할까 두려워, 아주 미지근한 물로 입술만 겨우 축이며 장기가 스스로 안정을 찾기를 기다리는 중입니다. 서랍 깊숙이 넣어두었던 비상약을 찾아 손을 떨며 삼켜보았지만, 이미 마비된 듯 멈춰버린 소화기관이 이 약 기운을 제대로 받아들여 줄지 확신조차 서지 않아 초조함만 더해갑니다. 조금이라도 복압을 줄여보고자 허리띠를 느슨하게 풀고, 무릎을 가슴팍까지 끌어올려 웅크린 채 명치 부근을 천천히 쓸어내리고 있습니다. 손끝에서 느껴지는 복부의 딱딱한 긴장감이 마치 폭발하기 직전의 시한폭탄처럼 느껴져, 가슴이 조여오는 공포를 억누르며 그저 시간이 흐르기만을 바랄 뿐입니다. 할 수만 있다면 위장 속에 고인 이 불길한 기운을 전부 쏟아내고 싶지만, 기력조차 남아있지 않은 지금은 그저 얇은 담요 한 장에 의지해 체온을 유지하는 것이 제가 할 수 있는 유일하고도 처절한 사투입니다. 밤이 깊어갈수록 통증의 그림자는 더욱 짙어지겠지만, 내일은 반드시 병원을 찾아 이 지독한 고통의 뿌리를 뽑아내리라 다짐하며 간신히 정신줄을 붙잡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