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본 사람은 알죠 밖에 나가는것 자체가 공포예요
과민성 대장 증후군이 이렇게 일상을 흔들 줄은 몰랐어요. 처음엔 그냥 배가 예민한 편인가보다 했는데, 출근길 지하철만 타면 배가 살살 아파오기 시작하더라구요. 괜히 전날 먹은 걸 하나하나 떠올리면서 아, 어제 매운거 먹지말걸 하고 후회도 하고요. 특히 중요한 회의나 약속 있는 날엔 더 심해져서 진짜 난감했어요. 화장실이 어딨는지부터 먼저 찾게 되고, 혹시나 싶어서 물도 잘 안마시게 되더라구요.
한번은 거래처 미팅 중에 갑자기 배가 꾸르륵 소리를 내는데, 그 조용한 회의실에서 그 소리가 왜 그렇게 크게 들리는지… 얼굴이 화끈거리고 집중은 안되고 말도 자꾸 꼬였어요. 죄송합니다를 몇번이나 했는지 모르겠어요. 그날 이후로 긴장하면 배부터 반응한다는 걸 확실히 느꼈어요. 스트레스 받으면 바로 신호가 오는 느낌이랄까, 참 몸이 솔직하다 싶었어요.
외출할 때도 마음이 편치 않아요. 카페 가서 커피 한잔 마시는게 이렇게 큰 결심이 필요한 일인지 예전엔 몰랐어요. 아이스아메리카노 한모금에 배가 뒤틀릴까봐, 괜히 메뉴판만 한참 보고 있다가 그냥 물로 바꾸기도 하고요. 친구들이 왜 커피 안마시냐고 물으면, 설명하기도 귀찮고 괜히 예민한 사람처럼 보일까봐 웃고 넘길때도 많아요.
과민성 대장 증후군이 제일 힘든건, 겉으로는 멀쩡해 보인다는 거에요. 아파보이지 않으니까 이해받기 어렵고, 스스로도 자꾸 참게 되더라구요. 괜찮아질거야 하면서 넘기다보면 또 반복되고요. 요즘은 식단도 조금씩 조절해보고, 너무 무리하지 말자고 스스로에게 말해주고 있어요. 완전히 낫진 않았지만, 예전보단 내 몸을 좀더 알게 된거 같아요. 아직도 당황스러운 순간은 많지만, 이게 제 일상이라는걸 인정하는 연습을 하는중이에요. 가끔은 오늘은 좀 괜찬네? 싶다가도 바로 다음날 또 뒤통수 맞듯 아프기도 하고요. 그래도 언젠가는 덜 휘둘리는 날이 오겠죠, 아마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