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민성 대장 증후군으로 인한 나의 고생일지

아침에 일어나면 배가 묘하게 꾸르륵거리길래 별일 아니겠지 하고 넘겼는데, 그게 과민성 대장 증후군의 시작이었어요. 처음엔 그냥 스트레스 때문인가 했는데, 회사 출근길 버스에서 갑자기 배가 뒤틀리듯 아파와서 식은땀이 줄줄 나더라구요. 그때 진짜 내리면 살거 같은데 하는 생각만 들었어요. 결국 다음 정거장에서 허둥지둥 내려서 근처 편의점 화장실로 뛰어갔는데, 그 작은 공간에서 한참을 못 나오고 있었어요. 이때부터 ‘아 이거 뭔가 심상치 않다’ 싶더라구요.

 


문제는 이런 일이 하루 이틀이 아니라는 거예요. 점심시간에 다 같이 식당 가자는 말만 들으면 배가 먼저 살짝 아려오고, 괜히 불안해져서 밥도 제대로 못 먹겠더라구요. 한번은 팀 회의 중에 갑자기 쏵 하고 배가 아파와서, 발표하던 중간에 말이 꼬여버렸어요. “저기, 이 부분은… 어.. 그.. 잠시..” 하고 버벅거리다가 결국 회의실에서 나와야 했어요. 나오면서도 너무 민망해서 얼굴이 화끈거렸어요. 이런 순간들이 쌓이다 보니까 사람들 앞에서 뭔가를 해야 하는 상황 자체가 두려워졌어요.

 


진짜 웃픈 건 친구들이랑 카페에서 수다 떨다가도 갑자기 위기 상황이 찾아온 적이 있었는데, 괜히 괜찮은 척 하려다가 표정관리도 안 돼서 “야 너 왜 그래?”라는 말 들었을 때였어요. 그때 괜히 “아 배가 좀.. 아니야 괜차나…” 하고 말했는데, 사실은 전혀 괜찮지 않았죠. 바로 화장실 갔는데 문이 잠겨있어서 진짜 멘붕왔어요. 그 순간엔 그냥 땅이 갈라져서 날 삼켜주면 좋겠다는 생각만 들었어요. 이런 장면들은 시간이 지나도 잊혀지지가 않아요.

 

 

 

생활 패턴도 많이 바꿔야 했어요. 아침에 뭐 잘못 먹으면 하루종일 배가 난리여서, 출근 전에 식빵 반쪽만 뜯어먹는 날도 많았어요. 물을 많이 마시면 더 불편할까봐 괜히 물도 조금씩 마시고, 회식 자리에서는 매운 음식이나 기름진 음식은 최대한 피하려고 했죠. 가끔은 이런 내 모습이 너무 소극적이고 찌질해보여서 속상했어요. 근데 또 막상 배가 한번 꼬이면 감당이 안 되니까 어쩔 수 없더라구요.

 

 

 

지금은 조금씩 나아지긴 했어요. 스트레스 줄이려고 운동도 하고, 식단도 조절하고, 몸 신호에 좀 더 민감하게 반응하려고 노력 중이에요. 그래도 가끔 생각지도 못한 순간에 또 배가 아려오면 마음이 철렁 내려앉아요. “아 제발 지금만 아니게 해줘…” 이런 속삭임을 수십 번 한 거 같아요. 완전히 극복했다고 할 순 없지만, 적어도 내 생활을 통제할 수 있다는 느낌이 조금씩 돌아오니 그게 또 큰 위안이 되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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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9
  • Jack kim(KRF1QD8
    고생이 심하셨겠네요 
    그래도 좋아지고 있다니 다행이네요 
  • 4HkEEi3cu4
    하너무공감되서할말이없네요ㅠㅠ
  • 영선이
    고생일지라는 글에서 아픔이 느껴지는거 같아요
    정말 고생하셨어요
  • slqHExCOAV
    힘내자구요
  • 민트홀릭
    에고 힘드셨겠어요
    장이 한번 탈이 나면 그렇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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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모닝닝
    혹시 진단받고 약드신적은 없나요?
    꼭 병원가보세요ㅜㅜ 
  • 애플
    과민성 대장 증후군으로 고생하시네요
    잘 관리하세요 ㅠ
  • 차명옥
    진지하신데 글을 너무 재밌게 쓰시네요. 오늘하루도 무사히~
  • aj8CFHdXsm
    와 일대기가 다 그려지네요ㄷㄷㄷ고생하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