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속에 아이스커피가 탈이 났군요 따뜻한 걸로 드세요~
평소 중요한 일을 앞두면 심리적 압박감이 곧바로 신체 반응으로 이어지는, 특히 장이 매우 예민한 편입니다. 이번에 회사에서 임원진까지 참석하는 연중 가장 큰 행사를 준비하면서 긴장감이 최고조에 달해 있었는데, 결국 우려했던 사태가 터지고 말았습니다. 바쁘다는 핑계로 끼니를 거른 채, 정신을 바짝 차리겠다며 빈속에 차가운 ‘아이스 라떼’를 급하게 들이킨 것이 비극의 시작이었습니다.
행사 시작 직전, 최종 리허설이 진행되는 현장은 숨소리조차 조심스러울 만큼 엄숙하고 고요했습니다. 그런데 그 무거운 정적을 깨고 제 뱃속에서 마치 천둥이 치듯 “꾸르륵” 하는 요란한 소리가 울려 퍼졌습니다. 민망함은 둘째치고, 식은땀이 등줄기를 타고 흘러내리며 누군가 장을 쥐어짜고 비틀어대는 듯한 극심한 복통이 찾아왔습니다. 당장이라도 큰일이 날 것 같은 절체절명의 위기감에 눈앞이 캄캄해지고 다리가 후들거려 도저히 자리를 지키고 서 있을 수가 없었습니다.
결국 체면이고 뭐고 다 내려놓은 채 동료에게 다급한 눈빛으로 신호를 보내고 화장실로 전력 질주했습니다. 급한 불을 끈 후에도 한참 동안 배를 시계 방향으로 문지르며 깊은 복식호흡을 시도해 곤두선 신경을 가라앉히려 애썼습니다. 자리로 돌아온 뒤에는 절대 찬물은 입에도 대지 않고 미지근한 물을 조금씩 마시며 놀란 속을 달랬습니다. 중요한 날일수록 ‘빈속에 아이스커피’는 자폭 행위나 다름없다는 것을 뼈저리게 깨달았습니다. 저처럼 과민성대장증후군이 있다면, 긴장되는 날엔 무조건 따뜻하고 자극 없는 음식만이 살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