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민성 대장증후군으로 인해 괴로웠던 경험..

과민성 대장 증후군을 처음 자각하게 된 건 어느 평범한 출근길이었어요. 집에서 나설 땐 멀쩡했는데 버스에 올라타고 몇 분 지나지 않아 갑자기 배가 뒤틀리듯 아파오더니 식은땀이 흐르기 시작했어요. 그 순간부터 목적지까지 얼마나 남았는지가 아니라, 가장 가까운 정류장이 어디인지, 화장실이 있는 곳으로 언제 갈 수 있는지가 머릿속을 가득 채웠어요. 결국 중간에 내리긴 했지만 주변에 화장실이 없어 발을 동동 구르며 골목을 몇 바퀴나 돌았는지 몰라요. 그 순간의 당황스러움과 절박함은 생각만 해도 심장이 쿵 떨어지는 느낌이에요.

이런 경험이 반복되면서 외출이 점점 두려워졌어요. 약속을 잡아도 이동할 경로를 먼저 확인하게 되고, 카페나 식당을 갈 때도 자리에 앉기 전에 화장실 위치부터 눈에 들어왔어요. 누군가에게는 사소하게 느껴질 수 있는 부분이지만, 과민성 대장 증후군을 겪는 입장에서는 생활 패턴이 완전히 달라지는 문제더라고요. 특히 스트레스가 쌓이는 날이면 배가 더 예민해져서 갑자기 통증이 몰아치는 경우가 많았어요. 그래서 마음속으로는 ‘오늘은 제발 조용히 넘어가면 좋겠다’라는 바람을 늘 가지고 다니게 됐어요.

한 번은 중요한 회의를 앞두고 있었는데 시작 직전 갑자기 배가 아파오기 시작했어요. 순간 머릿속이 새하얘졌고, 어떻게든 표정 관리하면서 자리에 앉았지만 집중이 하나도 되지 않았어요. 의자가 조금만 흔들려도 배에서 찌릿한 느낌이 올라와서 온몸이 긴장됐고, 혹시라도 소리가 날까 봐 숨조차 깊게 쉬지 못했어요. 결국 중간에 양해를 구하고 나올 수밖에 없었는데, 그때 느꼈던 민망함과 무기력함은 참 오래 남았어요. ‘왜 하필 지금이야’ 하는 생각이 절로 들었고, 회의에 다시 돌아가는 것도 쉽지 않았어요.

이런 상황을 계속 겪다 보니 자연스럽게 식습관도 바뀌었어요. 자극적인 음식은 피하고, 외출 전엔 가급적 속을 편하게 하는 식단으로만 챙겨 먹었어요. 누군가는 까다롭다고 느낄 수도 있지만, 저에게는 하루를 안정적으로 보내기 위해 꼭 필요한 과정이었어요. 또,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미리 약을 챙기고, 여분의 티슈나 따뜻한 물을 준비해 두는 것도 습관처럼 자리 잡았어요. 작은 대비 하나가 마음의 여유로 이어진다는 걸 몸소 느끼게 됐어요.

과민성 대장 증후군은 겉으로 보이지 않는 만큼 타인이 쉽게 이해하기 어렵지만, 실제로는 일상 대부분에 영향을 주는 민감한 문제예요. 하지만 예민한 날이 있으면 또 괜찮은 날도 찾아오더라고요. 그래서 요즘은 불편함을 ‘나의 일부’로 적당히 받아들이고,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생활 리듬을 조절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여전히 당황스러운 순간들이 가끔 생기긴 하지만, 예전처럼 혼자 속으로만 끌어안고 힘들어하지 않고 조금씩 나에게 맞는 방법을 찾아가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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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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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보고
    너무 당황스러웠겠어요
    재발이 잘되서 평소에도 잘 관리해줘야 효과 있더라구요.. 고생하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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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모닝닝
    과민성대장증후군이 언제 나타날지 몰라
    더 스트레스지요 공감갑니다
  • 빨간spicy
    속을 비우지 않으면 외출도 힘들던데
  • 애플
    나에게 맞는 방법을 찾아 잘하고 계시네요 
    고생하셨어요 ㅠ
  • aj8CFHdXsm
    장에 좋은 음식 잘 챙겨드세오ㅠ
  • 민트홀릭
    나의 일부로 받아들인다는 말씀 멋있네요
    좋은 하루 보내세요
  • 🫶
    회의 시작전에 그러셔서 놀랐겠어요 ㅠㅠ
    괜찮으셨나요..?
  • youxKFRiAC
    괴로웠던 경험을 나눠주셔서 감사합니다.
    공감하는 분들이 많을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