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재미있게 썼군.
요즘 날이 차다. 갑자기 기온이 찰 때였다.
퇴근 전부터 왜 이리 배가 춥지 하며 옷을 여미고 손으로 덮어보기도 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옷이 문제이기도 하였다. 아주 조금. 그렇지만 뭘 더 입어야 한다 말인가? 딱 잘 어울리게 입었단 말이야.
난 거의 정말 거의 대부분 걸어사 직장에 다닌다. 차가 썩여질 지경이다.
그날도 칼퇴근은 아니지만 총총 걸어서 퇴근을 하고 있었다. 아이고 근데 배가 아프더니 큰 게 보고 싶었다. 이거 이거 뭔 일이고? 어쩌면 좋은가? 집은 뭔데. 걸어서 한 시간 정도.
살 살 배를 쓰다듬으면서 괜찮아져라 괜찮아져라 주문을 걸며 열심히 걸었다. 아고아고....
내일은 정말 배를 따뜻하면서 보호하는 옷을 입어야지, 속옷을 잘 챙겨입어야지 하면서.
초인같은 힘과 노력을 다하며 다리에 힘 팍팍 주며 열심히 걷고 걸었다. 실수하면 안된다 하면서 힘주어야 하는 곳에 신경을 모아 잘 단속했다. 그게 잘 되게 하려는 마음에 그나마 실수는 하지 않았다. 여기서 실수라는 말은 맞지 않네.
사람이 살다보면 별일을 다 겪지만 어찌어찌 또 잘 헤쳐 나간다. 그런 거 보면 모두가 대단하다. 나도 대단하다. 정말 입이 마르도록 칭찬 받아야 한다.
드디어 집에 왔다. 집에 쳐들어갔다. 아고고 화장실 가서 변기에 앉으니 천국이 따로 없었다. 아무데나 대고 고맙습니다 고맙습니다를 외쳤다. 얼마나 고마운 일이냐 말이다. 죽을 뻔 했다는 생각도 뒤늦게 들었다. 아, 나는 해 내었다.
변기에 앉았으니. 그때부터 껄껄껄 시원하게 아주 시원하게 문제가 해결되었다.
배가 차갑지 않게 배를 잘 감싸는 옷으로 입어야겠다. 그래서 목도리를 길게 늘여뜨려 배를 잘 감쌀 수 있도록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