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으로 힘드셨겠어요. 찬음식은 위에 좋지 않아요.
나이가들면서 장도 예민해지고 약해지는지 음식에 점점 신경을 쓰게 됩니다. 그래서 기상하고 우유, 특히나 찬 우유는 거의 손을 대지 않아요. 그런데 바쁜 와중에 무심코 집어든 우유 한팩으로 겪었던 힘든 상황을 이야기 해보려고 해요.
- 증상
아침 운동을 위해 집을 나선 지 채 30분도 되지 않았을 때, 배 속에서 처음에는 미세한 '꼬르륵' 소리가 나더니 이내 화산이 폭발하듯 격렬한 요동이 시작되었습니다. 꼬르륵 소리가 배고픔인지 아닌지는 당사자는 바로 알잖아요..명치부터 아랫배까지 쥐어짜는 듯한 통증이 계속 밀려왔고, 순식간에 온몸의 힘이 빠져나가는 기분.. 이마와 등에는 식은땀이 나고 현기증 나더라고요 다행히 구토증상 같은건 없었는데 심한 복부 통증이 1분 간격으로 격렬하게 몰아쳤는데, 그때마다 뒷산 산책길 한복판에서 몸을 움직이지 못하고 숨을 헐떡여야 했습니다. 산책길 누가봐도 화장실 급한 사람으로 보였을거에요.. 당장이라도 큰일이 날 것 같은 급박한 상황이었습니다.
2. 먹은 음식
사건의 원인은 바로 아침 대용으로 급하게 마신 차가운 우유 한 잔이었습니다. 평소 아침을 거르는 습관이 있어, 빠르고 간편하게 영양을 채우기 위해 냉장고에서 막 꺼낸 200ml 우유를 들이켰습니다. 약간의 유당불내증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한 잔 정도는 괜찮겠지"라고 안일하게 생각했던 것이 결국 사달이 났어요. 아무것도 먹지 않은 공복 상태에서 차가운 유제품을 급하게 섭취한 것이 약해진 장에 최악의 자극이 된 거라고 봐요.
3. 위급했던 상황...
트러블이 터진 장소는 집에서 좀 떨어진 뒷산의 산책로 였습니다. 상쾌한 공기를 마시며 기분 좋게 나무계단을 오르며 평소처럼 계단오르기하며 으쌰으쌰 할때였어요. 제가 있던 구간은 등산로가 깊어지는 지점이었고, 주변에는 벤치나 쉼터만 있을 뿐 공용 화장실은커녕 임시 화장실도 없는 곳이었습니다. 가장 가까운 공공 화장실은 산책로 입구까지 다시 내려가야 했으며, 걸어서 최소 15분 이상이 소요되는 거리였습니다. 사방이 나무와 흙길뿐이라, 여기서 눈 앞이 깜깜해 지는데 정말 별별 생각이 다 들면서 참담했던 상황이에요..
4. 나의 대처
일단 상황의 심각성을 인지한 후, 저는 '무조건 화장실까지 버틴다'는 일념으로 고통을 참아냈습니다. 평소처럼 걷는 것은 도저히 불가능해서 허리를 숙이고 복부를 감싼 채 게걸음 수준의 느린 속도로 내려가기 시작했습니다. 급한 통증이 몰려올 때마다 산책로 옆의 나무 난간을 붙잡고 잠시 멈춰 서기를 반복하고.. 호흡을 천천히 하며 최대한 장을 진정시키려 노력을 해봤어요 작은 돌부리 하나도 장에는 큰 충격으로 다가와서 땅을 응시하며 조심스럽게 발을 한발한발 얼마나 조심스레 내딛었는지 몰라요... 땀과 눈물로 범벅된 채 끝없이 이어진 내리막길을 내려온 끝에, 마침내 저 멀리 공원 화장실 건물이 보이는 순간 안도의 한숨을 내쉴 수 있었습니다. 그 15분의 사투는 제게 우유와 공복의 위험성을 뼛속 깊이 각인시켜 준 경험이었습니다.
화장실에서 괴로운 복통을 해결하고 너무 정신적으로 힘들었어서 산책로를 포기하고 집으로 왔어요 집에서 따뜻한 녹차를 한잔을 천천히 마시는데 뭔가 속을 달래주는 느낌이 들어서 좋았어요. 평소 커피도 차게는 거의 마시지 않거든요. 이래저래 너무 힘든기억이 지금도 아침에 우유는 절대 손도 대지 않는 철칙이 생겼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