뱃속은 전쟁터

한껏 꾸미고 나간 소개팅 날, 하필 생리 주기와 겹치며 최악의 하루를 보냈습니다. 저처럼 호르몬의 영향을 많이 받는 여성분들이라면 공감하실 거예요.

기대하던 소개팅, 분위기 좋은 레스토랑에서 매콤한 로제 떡볶이와 크림이 듬뿍 든 파스타를 먹었습니다. 설레는 마음에 평소 가스가 잘 차서 조심하던 음식이라는 사실도 완전히 잊고 있었죠. 심지어 그날은 몸에 딱 붙는 예쁜 원피스까지 입고 있었습니다.

식사 후 카페로 자리를 옮기자마자 신호가 왔습니다. 아랫배가 부풀어 오르며 원피스가 꽉 끼기 시작했고, 생리통과는 다른, 배를 쥐어짜는 듯한 복통이 느껴졌습니다. 뱃속에서 '꾸르륵' 소리가 날까 봐 상대방의 말에 집중할 수 없었고, 식은땀까지 흘렀습니다.

결국 핑계를 대고 화장실로 향했습니다. 칸 안에 웅크려 앉아 아랫배를 부드럽게 마사지하고 심호흡을 반복하며 급한 위기를 넘겼습니다. 다행히 가방에 있던 핫팩을 배에 대주니 통증이 조금 가라앉았습니다.

​집에 돌아오자마자 편한 옷으로 갈아입고 따뜻한 페퍼민트 차를 마시며 속을 달랬습니다. 그날 이후로는 중요한 약속이 생리 주기와 겹칠 땐, 메뉴 선정에 더 신중을 기하고 몸을 조이는 옷은 절대 입지 않습니다. 가방에 비상약과 핫팩을 챙기는 것도 필수가 되었죠. 예쁜 옷도 좋지만, 가장 중요한 건 역시 편안한 속이라는 걸 깨달은 하루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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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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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별이총총
    설레어야할 날에 식은땀 흘리는 대박사건이었겠어요. 어떻게 인연으로 남을 사건으로 이어지셨나요? 그럼 웃고 넘길수도 있는 추억이 될수도 있을텐데. ^^
    옷속에 묻히다시피하는 추리닝과 청바지만 입는 저로서는 예쁜 원피스를 상상하긴 힘들지만 마술하는 날은 알죠 알죠.  별거 안먹어도 힘든 날에 긴장. 조이는 예쁜 옷. 진짜 난감했겠다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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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un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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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웃어넘길수없는 추억이 돼버렸어요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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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보고
    생리중엔 자극적인 음식은 소화도 잘 안되고 문제가 될경우가 많군요
    힘든시간 보냈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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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unu
      작성자
      지금도 기억하기 싫은 하루예요 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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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피치
    가장 예쁘게 보이고 싶은날 곤란하셨겠어요
    저도 아랫배에 힘 주는 날의 옷은 잠깐 짧은 시간 입어도 될때만 입는편이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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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unu
      작성자
      이제는 정말 힘들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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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행복
    아이구 소개팅 자리에서 그런 일이 이어서 난감하셨겠네요
    그래도 핫팩으로 가라앉으셨다니 다행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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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un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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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워낙 예민하기도 해서 준비해야 그나마  맘이 편하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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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FPgw15rdNd
    어떤 느낌인지 알아요 생리하면 배변활동이 더 원활해지더라구요
    거기에 맵고 기름기 많은 음식을 드셨으니 더 반응이 왔나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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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unu
      작성자
      여자분들은 어느정도 공감하실거예요. 진짜 힘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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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bc
    약간 긴장해서 그런 것도 있을 것 같아요
    스트레스성 장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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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unu
      작성자
      여러가지가 요인이었던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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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실직자자
    아 안타까워요
    진짜 저런날은 밥을 굶고 가야 속이 편하고 내 마음도 편해요
    뱃속에서 전쟁나면 머리속도 어지러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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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unu
      작성자
      맞아요. 정신이 육체를 지배하는걸까요?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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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youxKFRiAC
    저도 생리 주기랑 겹치면 장이 예민해져서 음식 선택부터 옷까지 신중하게 되더라고요—          핫팩 챙긴 센스, 멋지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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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unu
      작성자
      맞아요. 진짜 그 주기엔 너무 신경쓰이는게 많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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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박사
    힘들었겠네 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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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unu
      작성자
      그쵸. 진짜 생각하기 싫어요 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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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jennie
    늘 불안한 마음과 싸우느라 많이 지치셨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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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un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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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몸이 먼저 반응하네요. 트라우마같은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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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Jack kim(KRF1QD8
    힘든시간 보내셨네요
    그래도 나름 대처를 잘 하셨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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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unu
      작성자
      다시 생각해봐도 진땀 나는 기억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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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k
    하필 소개팅 날ㅠㅠ
    정말 당황하셨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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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unu
      작성자
      진짜 다시는 겪고싶지 않은 시간이에요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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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셰인
    글을 읽는 내내 제 얘기 같아서 고개를 끄덕였어요. 조금만 긴장해도 배가 아파오니까 늘 불안하죠. 그래도 이렇게 비슷한 경험을 공유해주는 사람이 있다는 게 큰 위로가 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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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unu
      작성자
      공감해주셔서 위로가 되는것같아요.
      예기치못한 상황은 늘 너무 당황스러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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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박사
    힘든 하루 있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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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Hbee8CFnB
    과민성 대장 증상은 아니신 것 같고 꽉 끼는 옷 때문이었던 것 같아요 과민성은 옷차림과 상관없이 와요 ㅠ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