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절박함이 너무 생생해서 숨 막힐 뻔했어요. 저도 과민성 대장 있어서 늘 화장실 위치부터 확인해요. 매운 음식은 이제 거의 포기했어요.
나는 평소 소화력이 약한 편이다. 조금만 신경을 쓰거나, 맵고 짠 음식을 먹으면 바로 신호가 오는 예민한 장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괜찮겠지 하는 마음으로 방심했던 어느 날, 정말 잊지 못할 경험을 했다.
그날은 친구들과 오래간만에 만나 신나게 놀던 날이었다. 점심으로 매콤한 닭볶음탕을 먹고, 카페에 가서 커피와 달달한 케이크까지 야무지게 해치웠다. 그때까지만 해도 별다른 이상 증상을 느끼지 못했다. 즐겁게 수다를 떨고 헤어져 집으로 돌아오는 지하철 안, 갑자기 배 속에서 천둥소리가 나기 시작했다. '꾸르르륵'하는 소리는 처음엔 작게 들리는가 싶더니 이내 폭풍이 몰아치는 듯 요란해졌다.
슬슬 식은땀이 나기 시작했고, 손이 차가워졌다. '아, 올 것이 왔구나' 직감했다. 문제는 다음 역까지 갈 시간이 없다는 것이었다. 배를 움켜쥐고 다급하게 다음 역에 내렸다. 화장실을 찾기 위해 역 안을 두리번거렸지만, 공교롭게도 그 역은 화장실이 없는 작은 역이었다. 눈앞이 캄캄해졌다. '망했다'는 생각과 함께 온몸의 힘이 쭉 빠져나가는 느낌이었다.
어쩔 수 없이 나는 그 자리에서 다음 열차를 기다려야 했다. 사람들은 아무것도 모른 채 평화롭게 지하철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들 옆에 서서 나는 얼굴이 하얗게 질린 채, 식은땀을 뻘뻘 흘리며 서 있었다. '제발, 제발 다음 역에는 화장실이 있기를' 속으로 수십 번을 외치며 간절히 기도했다.
다음 열차가 도착했고, 나는 거의 울면서 열차에 몸을 실었다. 한 정거장, 두 정거장... 시간이 영원처럼 느껴졌다. 드디어 내가 내릴 역에 도착했고, 나는 문이 열리자마자 전속력으로 달렸다. 사람들을 헤치고, 계단을 뛰어 올라가 화장실 문을 열었다. 그리고... 그곳은 만실이었다.
눈물이 핑 돌았다. '세상에 나한테 왜 이러지?' 변비로 고생하는 사람들의 심정을 뼈저리게 이해하는 순간이었다. 그때 마침 한 칸의 문이 열렸고, 나는 빛보다 빠른 속도로 그 안으로 들어갔다.
그렇게 위기를 넘기고 난 후, 나는 한동안 매운 음식은 물론이고 자극적인 음식을 전혀 먹지 못했다. 그날의 기억이 너무 생생해서 매운 닭볶음탕 냄새만 맡아도 배가 아픈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 이후로 나는 외출하기 전에는 반드시 속을 편안하게 해주는 음식을 먹고,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상비약을 꼭 챙겨 다닌다.
나에게 위장 질환은 단순히 '배가 아픈'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예측 불가능한 공포이자, 일상생활을 방해하는 가장 큰 걸림돌이다. 이 글을 쓰는 지금도 혹시 모를 사태에 대비해 따뜻한 차를 마시고 있다. 나의 위장은 오늘도 평화를 염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