쪽쭈리
힘들엇겟군요
대학교 시절 전국 규모의 프레젠테이션 대회에 참가하게 됐다.
예선부터 본선까지 통과해 드디어 본선 무대가 서울 대형 컨벤션홀에서 열리는 날이었다.
아침 일찍부터 팀원들과 함께 발표 리허설도 하고 긴장감을 풀기 위해 서로 격려하며 준비 중이었다.
하지만 발표 1시간 전부터 배가 갑자기 찌릿찌릿하게 아프기 시작했다.
복부 팽만감, 갑작스러운 잦은 장운동 신호, 식은땀까지… 과민성대장증후군이 찾아온 것이었다. 대회를 앞두고 긴장하면서도 컨디션을 잘 유지했다고 생각했는데 무대 공포와 긴장감이 복부를 자극한 모양이었다.
행사장 안에는 사람이 너무 많았고 화장실은 복도 끝 한 곳에만 있었다.
대기 중에도 두세 번 화장실을 다녀왔고, 발표 직전까지도 계속 신호가 왔다.
그 좁고 긴 복도와 대기실에서의 시간은 평소보다 몇 배는 길게 느껴졌다.
평소 항상 챙기던 진경제 약을 마시고, 깊게 복식 호흡을 하며 마음을 가라앉히려 노력했다.
물도 조금씩 마셔가며 수분도 조절했고 팀원들에게 솔직하게 말해 발표 직전까지 내가 뒷줄에 앉을 수 있도록 자리를 바꿨다.
결국 발표 때는 정신을 집중하면서 무사히 발표를 마쳤고 심사위원 질의응답도 비교적 차분하게 대응했다.
비록 속은 계속 불편했지만 그날의 경험은 나에게 큰 자신감을 남겼다.
내 몸 상태가 완벽하지 않아도 나는 중요한 순간을 잘 넘길 수 있다는 걸 처음으로 확인한 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