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원래 매운 음식을 굉장히 좋아하는 편입니다. 특히 불닭볶음면 같은 매운 라면은 제 입맛을 완전히 사로잡았죠. 주말 저녁, 오랜만에 매운 게 너무 당겨서 불닭볶음면 2봉지를 한 번에 끓여 먹었습니다. 치즈까지 듬뿍 올리고, 매운맛을 좀 더 강하게 하겠다고 고춧가루까지 추가했으니 말 다 했죠. 먹을 땐 땀이 비 오듯 흐르면서도 매운맛이 주는 짜릿함에 행복했지만, 문제는 그 후에 찾아왔습니다.
식사를 마치고 한두 시간쯤 지나자 속이 묘하게 불편해졌습니다. 처음엔 단순히 소화가 안 되는 건가 싶었는데, 곧 배에서 꾸르륵 소리가 계속 나더니 화장실로 달려가야 하는 상황이 됐습니다. 설사가 시작된 거죠. ‘한 번이면 괜찮겠지’ 했지만, 그날 밤부터 다음 날까지 화장실을 하루에 다섯 번 넘게 오가야 했습니다. 매운 양념이 장을 강하게 자극한 탓인지, 배 속이 계속 뒤틀리는 듯했고, 앉아 있다가도 갑자기 신호가 와서 부랴부랴 화장실로 달려갔습니다.
더 큰 문제는 장이 예민해져서 물만 마셔도 속이 불편했다는 겁니다. 심지어 따뜻한 물을 마셔도 배가 부글거렸고, 음식은 손도 대기 어려웠습니다. 결국 하루 종일 죽과 미음만 조금씩 먹으면서 버텼습니다. 인터넷으로 찾아보니, 매운 음식은 위뿐 아니라 대장 점막에도 강한 자극을 줘서 염증 반응을 일으킬 수 있다고 하더군요. 특히 캡사이신은 장 운동을 과도하게 촉진해서 설사를 유발한다고 합니다.
이틀 정도 지나니 증상이 조금씩 완화되었지만, 그동안의 고생은 정말 잊을 수 없습니다. 밤에 설사 때문에 자다가 몇 번씩 깼고, 출근길에도 혹시나 하는 불안감 때문에 편의점 화장실부터 들러야 했을 정도니까요. 이번 일을 계기로 아무리 매운 걸 좋아해도 한 번에 많이 먹는 건 절대 안 되겠다고 다짐했습니다. 특히 공복에 매운 음식을 먹거나, 지나치게 자극적인 조합(불닭+고춧가루 추가 같은 건 정말 금물!)은 피하려고 합니다.
또한 장을 회복시키기 위해 유산균이 풍부한 요구르트와 바나나를 조금씩 먹었고, 충분히 수분을 섭취하며 전해질을 보충했습니다. 따뜻한 보리차나 생강차 같은 음료도 배를 편안하게 해주는 데 도움이 됐습니다. 무엇보다 며칠간 매운 음식과 기름진 음식은 완전히 끊고, 부드럽고 소화 잘 되는 음식만 먹으며 장을 쉬게 했습니다.
이번 경험을 통해 깨달은 건, ‘좋다고 다 많이 먹으면 독이 된다’는 겁니다. 매운 음식이 주는 즐거움은 분명 있지만, 그 대가로 며칠간 장이 혹사당하면 그건 결코 즐거움이 아닙니다. 앞으로는 매운 음식을 먹을 때 꼭 적당히, 그리고 충분한 물과 함께 먹으며, 장이 감당할 수 있는 범위를 지켜야겠다고 생각합니다. 여러분도 매운 음식 좋아하시더라도, 저처럼 욕심내지 말고 건강을 먼저 생각하세요. 장은 한 번 예민해지면 회복하는 데 시간이 꽤 걸리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