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치가 묵직하게 눌리고 속이 타는 듯했어요.

전날은 오랜만에 친구들을 만났어요.
퇴근하고 곧장 고깃집으로 달려갔죠.
배가 고파서 삼겹살을 네 줄이나 구웠어요.
소주 한 잔씩 돌리면서 별 얘기를 다 했어요.
그때는 정말 아무렇지도 않았어요.
속도 괜찮고 기분도 좋고 웃음도 터졌죠.
근데 집에 돌아와서 씻고 누운 순간부터 이상했어요.
명치가 묵직하게 눌리고 속이 타는 듯했어요.
한참을 참았는데도 통증이 점점 위로 올라왔어요.
목 끝까지 쓴맛이 차올라서 잠이 도통 안 왔어요.
역류성 식도염이 또 도진 거였어요.
소화제를 찾았지만 한참을 뒤져도 없었어요.
그냥 베개를 세 개 쌓고 거의 앉은 자세로 밤을 보냈어요.
새벽 두 시쯤엔 속이 부글부글 끓어서 물만 조금씩 마셨어요.
그마저도 삼키면 화끈했어요.
겨우 눈 붙이고 아침이 됐는데 얼굴이 완전 초췌했어요.
회사 가서 커피를 마시려다 도저히 못 마셨죠.
향만 맡아도 위가 움찔거렸어요.
회의 중에도 트림이 올라올까 봐 조용히 손을 배 위에 얹었어요.
점심은 죽집에 가서 흰죽만 주문했어요.
근데 옆자리 사람이 돈가스 자르는 소리에 속이 또 울렁거렸어요.
그때 정말 반성했어요.
먹을 땐 행복했는데 다음날은 지옥이었거든요.
오후엔 속이 뒤틀리는 느낌이 계속 이어졌어요.
결국 부장님께 말씀드리고 조퇴했습니다.
병원에 가서 위내시경을 예약했어요.
의사 선생님이 위가 부어 있고 염증이 있다고 하셨어요.
당분간 술 절대 안 된대요.
매운 것도 커피도 안 된대요.
그날 이후로 약을 챙겨 먹으며 조심했어요.
밤마다 따뜻한 보리차를 마시고 누웠어요.
며칠 지나니 통증이 조금씩 가라앉았어요.
근데 한 번 망가진 위는 쉽게 안 돌아오더라고요.
지금도 조금만 과식하면 바로 신호가 와요.
그래서 요즘은 먹는 양보다 먹는 ‘속도’를 더 신경 써요.
천천히 꼭꼭 씹어 먹으니까 위가 훨씬 편해졌어요.
예전엔 맛으로만 살았는데 이제는 속의 평화가 더 중요해요.
위가 편해야 하루가 편하다는 걸 몸으로 배웠어요.
그날 밤 이후로, 내 위장도 감정이 있다는 걸 알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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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4
  • 민트홀릭
    타는듯한 느낌 뭔지 알아요
    고통이 전해져요
    
  • 피치
    위는 참 예마한 애인것같아요
    우리가 조심하는수밖에~~~
  • 애플
    앞으로 천천히 드시고 건강도 챙기세요 
    위관리도 잘 신경쓰시기 바래요
  • 랄라리뽕
    술은 정말 위에 안좋은 것 같아요. 저도 요즘 술을 마시면 체한듯이 더부룩하고 속이 안좋네요...
  • 꼬다인할미
    저도 역류성식도염으로 오랜시간을 고생했지요 특히 잔기침이 심해서 잠을 잘수가 없었네요 그래서 저녁을 안먹거나 일찍 가벼운 스프로 대신 한뒤 편해졌답니다
    
  • 수호지킴이
    큰 고생으로 식습관이 바뀌셨네요
    맛도 중요하지만 속의 평화가 중요하다는 말이 이해가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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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보고
    고기에 소주면 위을 많이 자극하겠네요..
    고생 많이 하셨어요
  • Jack kim(KRF1QD8
    고생 많으셨습니다 
    조심하며 살아가야죠
  • 행복
    빈속도 아니고 삼겹살에 소주 드신건데도 탈이 나셨군요
    소주가 위를 자극했나봐요
    그래도 편해지셔서 다행이네요
  • FPgw15rdNd
    진짜 한번 탈이 나고 나면 이후에 조금만 과식해도 바로 다시 아프더라구요
    저도 그래서 거의 만성으로 시달리고 있네요
  • 이야기
    조금 나아지더라도 바로 자극적인 음식 드시지 마세요. 위는 회복이 느린 장기라서요.
  • urAJJ3A8c7
    속쓰림증세 진짜 아프고 힘들어요 
    잘먹다가도 한순간에 아프구요
  • 프로필 이미지
    장보고
    역류성 식도염을 앓고 계시는군요..
    고생 많이 하셨어요
  • 김강쥐
    방법은 스스로가 알고 있는데 지켜내기가 쉽지 않아서,, 자주 위가 아픈 1인입니다. 살짝 모자라듯이 먹는 소식이 답이더라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