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춘이
스트레스는 만병의 원인 조심하셔요~
퇴근길, 회사 앞 분식집에서 김치볶음밥 냄새가 코를 찔렀다. 배는 고팠지만, 입맛이 없었다. 병원 진료실에서 들었던 의사의 말이 자꾸 떠올랐다. “위염이 꽤 심하네요. 요즘 스트레스 많으시죠?"
스트레스.
그 단어는 이제 내 이름 같다.
일이 쌓여도, 사람이 쌓여도, 말 한마디 꾹 삼키는 게 습관이
되어버렸다.
그러다 보니 진짜로 속이 타버렸다.
“오늘은 미음이나 드세요."
의사의 권유에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지만, 집에 돌아와 냄비를 올리며 문득 웃음이 났다. 미음이라니.
이 나이에, 인생이 이렇게 싱겁게 느껴질 줄은 몰랐다.
숟가락을 들고 한 모금 삼켰다.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은 그 온도에 묘하게 마음이 녹았다.
위가 아픈 건 몸의 신호일지도 모른다.
이제는 조금 덜 삼키기로 했다.
말도, 슬픔도, 일도.
그냥, 천천히 씹어서 살기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