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위염이 나를 혼냈다

정말 짜증나는 하루였다.
아침에 커피 한 잔을 마셨는데 이렇게 속이 뒤집힐 줄은 몰랐다.
빈속에 아이스라테를 들이킨 순간부터 명치가 뜨겁게 달아올랐다.
출근길에도 속이 꼬르륵거리며 진땀을 흘렸다.
버스 안에서는 앉아 있어도 편치 않았고, 사람들의 시선이 신경 쓰여 더 긴장됐다.

사무실에 도착해서도 불편함이 계속됐다.
책상에 앉자마자 배가 묵직하게 아파왔다.
동료들이 “하린씨 괜찮아요?”라고 물을 때마다 억지로 웃었다.
점심에는 미음 몇 숟갈로 때웠다.
정말 배가 고팠지만, 다른 사람들이 먹는 냄새만 맡아도 속이 뒤틀려서 제대로 먹을 수 없었다.

오후 미팅 도중, 결국 참지 못하고 자리를 나와 화장실로 향했다.
거울 앞에서 손으로 배를 문지르며 호흡을 천천히 했다.
트림이 자꾸 올라오고 속이 울렁거려서 제대로 서 있을 수도 없었다.
그 순간, 아픈 것을 숨기며 버티는 내가 한심하게 느껴졌다.
화장실을 나와서 다시 자리에 앉았지만 마음은 불안했다.

오후 늦게는 따뜻한 보리차를 마셨다.
컵을 손에 쥐고 천천히 홀짝이며 숨을 고르자 조금 안정되는 느낌이었다.
배가 불편하긴 했지만, 의식적으로 몸을 돌보고 있다는 사실이 안도감을 주었다.
그날 회의는 집중하기 어려워서, 필요한 내용만 메모하고 나머지는 최대한 쉬었다.

퇴근 후 집에 돌아와 미음을 끓여 먹었다.
한 숟갈씩 천천히 넘기며 배를 문질렀다.
식사 후에는 따뜻한 담요를 덮고 소파에 누워서 호흡을 가다듬었다.
속이 조금씩 편안해지자 마음도 서서히 풀렸다.
스스로에게 말했다.
“하린아, 이제 그만 괜찮은 척하자.”

몸이 보내는 신호를 무시하지 않고 들어주는 것이
내 삶과 건강을 지키는 첫걸음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앞으로 아프면 숨기지 않고 쉬기로 마음먹었다.
속이 불편할 때는 억지로 일을 하지 않고,
조금이라도 여유를 주어 몸을 달래는 것이 필요하다는 사실도 배웠다.

그날 밤, 조용히 배를 쓰다듬으며 하루를 되돌아보았다.
왜 속이 이렇게 민감한지, 앞으로 어떻게 관리할지 계획도 세웠다.
다음 날 아침은 가벼운 미음과 따뜻한 보리차로 하루를 시작하기로 마음먹었다.
커피와 매운 음식은 잠시 쉬고, 장을 조용히 관찰하며 하루를 보내기로 했다.
속이 편해야 하루가 편하다는 걸 이제 몸으로 느꼈다.
조용히 누워 배를 쓰다듬으며 오늘 하루를 차분히 정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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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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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춘이
    위염으로 고생하셨네요
    저도 얼마전 그랬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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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꿈굽는사람
    위염으로 인해 고생이 많으셨던거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