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이섬유가 너무 풍부해서 문제네요 편안한 밤 보내세요
1. 증상
평소와 다르게 배 속에서 심상치 않은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단순히 가스가 차는 느낌인가 싶었지만, 시간이 갈수록 하복부가 묵직해지며 장이 강렬하게 수축하는 통증이 동반되었습니다. 이른바 급똥(급박설사) 신호가 오면서 식은땀이 흐르고, 괄약근에 온 신경을 집중하지 않으면 당장이라도 큰 사고가 날 것 같은 절체절명의 위기감이 엄습했습니다.
2. 직전 먹은 음식
건강 관리를 위해 최근 유행하는 '삶은 채소 스무디'를 마셨습니다. 브로콜리, 양배추, 당근, 토마토 등을 살짝 익힌 뒤 과일과 함께 갈아 만든 음료였습니다. 채소를 익히면 흡수율이 높아지고 식이섬유가 풍부해져 장운동을 촉진한다는 점이 평소보다 훨씬 강력하게 작용했던 것 같습니다. 특히 공복 상태에서 마신 고농축 식이섬유가 장을 과도하게 자극하면서 급격한 배변 유도 효과를 일으킨 것으로 보입니다.
3. 상황 / 장소
사건의 발단은 출근길 지하철 안이었습니다. 환승역을 지날 때만 해도 '회사까지는 버틸 수 있겠지'라는 안일한 생각을 했습니다. 하지만 지하철역 화장실을 그냥 지나쳐 지상으로 올라온 순간, 증상은 걷잡을 수 없이 심해졌습니다. 회사까지 가는 길목에는 마땅한 개방형 화장실도 보이지 않았고, 길 한복판에서 다리는 점점 꼬여갔습니다. 1분이 10분처럼 느껴지는 고통스러운 시간이었습니다.
4. 나의 대처
최대한 보폭을 좁게 유지하며 괄약근의 긴장을 늦추지 않는 걸음으로 이동했습니다. 머릿속으로는 차분해지기 위해 애써 다른 생각을 하려 노력했고, 마침내 회사 건물 로비에 들어서자마자 엘리베이터가 오기만을 간절히 기도했습니다. 사무실 층에 도착하자마자 가방을 던져두다시피 하고 곧장 화장실로 직행했습니다. 다행히 빈 칸이 있어 무사히 골인할 수 있었고, 폭풍 같은 시간이 지나간 뒤에야 비로소 평화를 되찾을 수 있었습니다...